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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이화국] 가을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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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39회 작성일 07-02-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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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어서 굴러다니는 지구
앞으로 온 길만큼 갈듯한데
어느 새 해가 서쪽으로 몸져 눕고
잘 살았다는 완성된 문장을 위해
쓰고 지우면서 앉은 자리
아직 한 줄의 고별사는 쓰지 못했다

작은 방에 담겨진 육체
단추구멍만한 눈으로
비스듬한 하늘에 눈 주고
인간으로 살기도 힘들다고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읊는다

수심을 알고 강을 건넌적은 없다
하늘의 깊이를 알고 날은 적이 없다
생의 박하향내 코밑을 스쳐
목숨을 지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