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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이화국]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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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27회 작성일 07-02-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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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나를 기억한다 잊지 않는다
앞에 서면 반긴다
보태거나 뺌이 없는 정직성이 의무인 거울
그 앞에서 한 때
30대 내가 화장 했으며
40대 내가 분장 했으며
50대 내가 변장 했다는 과거를 증언하고 있다
연줄 팽팽히 당겨 살아온 나의 생은
뭍에 잘못 오른 물고기 되어
퍼덕임만으로 반짝이던 비늘 떨어졌는데
된서리 맞은 고춧대가 서서
후줄근한 나를 손가락질 한다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 거울 앞에 서본다
60대 내가 환장 한다
시꺼멓게 각인된 상형문자들
눈 밝은 이는 읽을만 하다
내력이 들킬 참
거울이 신의 눈동자라는 은유를 몰랐을 때부터
내 인생은 낯가림으로 오도(誤導)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