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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김춘만]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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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02회 작성일 07-02-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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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황사바람 한바탕 지나가고
상석 위의 먼지를 씻어내며
후두둑 비가 내렸다.

함경북도 학성군 학남면
원적지를 비문에 새기고
귀향을 기다리는 장인의 묘소엔
올해도 잡초가 극성이다.

산 쪽에서부터 달려드는 아카시아를 잡기 위해
나는 낫자루를 들고나서는데
북쪽에 있다는 아들은
오늘도 얼굴을 볼 수 없다.

이 땅의 딸 두엇이 봉분 위아래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잡초를 고르는 것이
장인과 은밀한 정담이라도 나누는 것 같다.

겨우내 마른 국화 포기
그 속에서 새순이 솟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삐죽삐죽 입을 내민다.

아직 황사가 끝나지 않았다.
먼 산이 뿌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