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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박명자] 이상한 단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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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64회 작성일 07-02-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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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는 연 달포간 산불이 돌아 다니었다
불은 능선마다 꼬리치며 원색의 가설을 세우더라

초롱초롱하던 숲의 눈빛을 암매장하고
희디흰 잇발로 허허허허 크게 웃어제쳤다

비릿내 풍기는 사물들을 여기 저기 내던지고
이리 저리 짓밟고

영악스러운 나무들의 춤사위들도
신명나던 꽹과리 짓도 활활 벗어 던지고

나무들끼리 벗은 몸을 포개다가
뛰다가 일렬로 손 잡다가

설악에는 달포간이나 산불이 눈 부릅뜨고
돌아다니며 상당한 칼로리의 비릿내를 풍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