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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박명자] 안개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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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59회 작성일 07-02-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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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능선의 안개가 은폐한 것은
나무의 표정과 뼈대만이 아니라
나무와 나무 사이 멀고 가까운 대화의 묘미
그리고 여운…

미주알 고주알 산골 물소리
어슬렁 산짐승 푸드득 산새들
눈 맑음 귀 밝음 모두 낱낱이 덮어 씌워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목가 풍경 한 장을
은근 슬쩍 던져 주더라

헐벗은 산의 어깨 감싸 안고 돌아 나가는
오름의 능선 드러나고 숨으면서 다열 횡대로
물결치는 안개의 리듬

문득 물비릿내로 슬로우 모션으로 미끄러지듯
포물선 그으며 수묵화 한 장이 발 밑에 떨어져…

안개다리를 건너 안개의 집에 당도하니
그들의 몸은 전체가 안개로 스르륵 풀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