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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시-박명자] 벌목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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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266회 작성일 07-02-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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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햇살 투명하게 빛나던 5월 아침
반세기 시간을 건너 온 굴참나무 명치 끝에
비수를 들이대면서 전신으로 나는 떨림을 감지했다

나무의 일생을 지탱해온 뿌리의 흔들림은
동편 지구를 한 번 기우뚱거리게 하였다

거목도 그 순간 숨을 죽이고 생각의 언저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팽팽하던 나무의 나이테가 한 줄 잘려나갔다
나무의 살점이 피 한방울 없이 무너졌다
가지 가지 감겨 있던 햇살들이 도르르 풀려 나갔다
귓가에 계속 밀어를 속삭이던 잎새의 리듬이
빙그르르 선회하며 날아갔다

힘주어 뿌리를 받치던 흙덩이가 신음하고 돌아 눕는다
사계절 나무의 정서를 가꾸던 새들의 악보가
한 장 뜯겨 나갔다
반원의 나무 그늘 속에 눈가루처럼
기억의 편린들이 흩어진다
거목 최후의 순간. 일생일대의 교향악이
스크럼 짜고 걸어 나온다

마지막으로 우뢰같은 함성 내 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