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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6년 [테마시-신민걸] 운봉산을 바라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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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33회 작성일 07-02-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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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중심에서 나앉아
주위로 야트막한 바위언덕 두루두루 거느리고
산달이 가까운 잉부처럼
그 가운데 펑퍼짐하게 자리한 산

몸 풀린 개울물 졸졸 흘러나가는 바닷길 묵묵히 이끌고
자라나는 여린 바람 올라갈 억센 골짝 낱낱이 가리키며
부옇게 물오르는 논둑 버드나무 찰랑이는 가지 아래로
메마른 트랙터 가르랑대는 소리 탈탈탈탈 들으면서
논배미 늙은 논배미들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산

매일 아침 고성 올라가는 출근버스 안에서
지난 가을 깜장우럭 맛있게 회로 먹던 하늘항에서 바라보면
자작자작 파도 안기는 바로 앞 바다 백도에서 바라보면
봉긋한 이마로 찬란한 햇살 한껏 받아치는 남동쪽
네 얼굴이 참 이뻤다
하지만
멀찍이 지나 삼포도 지나
큰 산불 지나 옮겨 심은 어린 소나무밭 오호에서 바라보다가
겨울새도 왕창 떠나 휑한
하여 거울처럼 아슬아슬한 송지에서 돌아다보다가
그늘져서 깜빡 놓친 서북쪽으로

가느다랗게 땋아 내린 네 금빛 댕기가
휴전을 넘어 통일을 넘어 금강으로 살짝 묶인 줄은 차마 몰랐구나

누구나 제가 중심인 줄 알고 미쳐 살다가
중심인 줄 모르고 겨우 모르고 죽는다는데
교암 문암 송암 차례로 지나며
청간정 금화정 천학정
별별 장을 짓고 세워서 의젓하게 오른다해도
따스하고 나지막한 항구 여럿 거느린
네 나른하고 오랜 뜻을 알 수가 있나
분주함이 한차례 지난 아침 항구마다
금빛 치장한 파도가 맨날 뱃전에 남실대며 까부는 까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