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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김춘만]삼중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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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257회 작성일 05-03-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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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이 비었다고 삼중망을 부리지 못하게 한다.
그 정도의 그물을 쳐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과
그물을 비켜 가며 사는 것들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다.
바다도 굴처럼 자꾸 파먹고 들어가면 속이 비는 구나.
빈 바다의 굴속에는
꿈꾸는 인어도 푸른 등 날의 청어도
연기처럼 빠져나가고 그들의 먼발치를 따라다니던
곱디고운 색깔의 작은 물고기나 조개들조차 빠져나가고
그 비어있는 굴속으로는 백화 현상의 징조가
꾸역꾸역 몰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마구잡이로 바다를 파먹고 사는 동안
점점 깊어지는 굴속에는 더러는 잡히고 더러는 도망치던
생존의 역사가 마감되고 있었다.
세상도 빈 굴처럼 깊어지고 아득해지는 건 아닐까.
주변에는 삼중망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