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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동화-이희갑] 소시지를 나누어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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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22회 작성일 08-02-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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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빵빠라빵빵. 쿵자자작 쿵쿵!”
   동물 나라 동산에 악기 소리가 요란했어요.
   오늘은 마을 대표로 나온 동물들의
   오래달리기 대회를 하는 날이어요.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바람에 펄럭였어요.
   구경 나온 동물들은 출발선에서
   막 출발하려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어요.

2. 선수로 나온 원숭이는 두 팔을 높이 들었어요.
   고양이는 두 눈을 깜박 거렸어요.
   수탉은 목을 쭉 빼들고 꼬리 깃을 세웠어요.
   곰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몸을 마구 움직였어요.

3. “땅!”
   출발을 맡은 바둑이가 총을 쏘았어요.
   동물들은 서로 먼저 나가려고 앞을 다투었어요.
   운동장을 한 바퀴 돌다가 밖으로 빠져나가
   멀리 보이는 호수까지 돌아와야 해요.
   원숭이가 제일 앞서 달리고 그 다음이 수탉,
   곰이 제일 뒤를 달렸어요.

4. “야아아오 야아오!”
   갑자기 원숭이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건너뛰며 마구 소리를 질렀어요.
   “안 돼, 안 돼. 나무 사이로 뛰면 안 돼.”
   심판 차에 탄 염소 할아버지가 소리쳤어요.
   “이야아옹, 이야옹!”
   고양이는 숲 속에 몸을 숨기며 달렸어요.
   “안 돼, 안 돼. 숲 속으로 달리면 안 돼,”

5. “꼬꼬끼오, 꼬끼오!”
   수탉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마구 달렸어요.
   “안 돼, 안 돼. 날개로 달리면 안 돼.”
   “으아아아, 으아아!”
   곰은 가슴을 마구 치며 달렸어요.
   “안 돼, 안 돼. 가슴을 치며 달려선 안 돼.”
   염소 할아버지는 두 팔을 마구 휘저었어요.

6. “난 나무 사이로 건너뛰어야 잘 할 수 있는데.”
   “난 숲 속에 몸을 숨겨야 잘 달릴 수 있는데.”
   “난 날개를 퍼덕거려야 빨리 갈 수 있는데.”
   “난 가슴을 치며 달려야 빠른데.”
   동물들은 모두 얼굴을 찡그렸어요.

7. “운동 경기는 규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아무리
   달리기를 잘해도 규칙을 안 지키면
   상을 받을 수 없어요.
   오늘의 상은 아주 맛있는 소시지입니다.”
   염소 할아버지는 손확성기를 들고 크게 말했어요.

8. 선수들은 힘껏 뛰어 호수를 돌았어요.
   이번에는 고양이가 제일 앞에서 달렸어요.
   그 다음은 원숭이, 그 뒤엔 곰이 달렸어요.
   제일 뒤에 따라오는 것은 수탉이었어요.

9. 선수들은 모두 지쳤어요.
   고양이는 비실비실, 원숭이는 어정어정,
   곰은 터덜터덜, 수탉은 뒤뚱뒤뚱.
   이제 뛸 힘도 없나 봐요.

10. 그 때였어요. 누군가 씽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어요.
     뒤에서 뒤뚱거리던 수탉이었어요.
     수탉이 있는 힘을 다 해 뛰었던 거예요.
     “안 돼!”
     다른 동물들도 더 힘을 내어 달렸어요.

11. “우아우아, 우아아!”하며
     갑자기 곰이 엄청나게 큰 소리를 지르며 빨리 달렸어요.
     “땅!”
     결승선에서 바둑이가 총을 쏘았어요.
     곰이 결승선 앞에서 수탉을 제치고 1등으로
     들어왔어요. 수탉은 울상이 되고 말았어요.

12. 등위석에 올라선 동물 앞으로 아주 기다란
     소시지가 옮겨져 왔어요.
     “일 등한 곰에게는 소시지를 이만큼 상으로 줍니다.”
     염소 할아버지는 소시지 앞으로 가더니 양 팔을 벌린
     만큼의 소시지를 잘라 곰에게 주었습니다.
     응원 나온 동물들이 곰에게 박수를 쳤어요.

13. 염소 할아버지는 2등을 한 수탉에게
     한 팔 만큼의 소시지를 잘라 주었어요.
     3등을 한 고양이에게는 반 팔 만큼의 소시지.
     꼴찌 한 원숭이에게는 한 뼘 만큼의 소시지를 잘라 주었어요.

14. “내가 제일 긴 소시지를 받아 미안해.
     내 것을 너희들에게 더 나누어줄게.”
     곰이 고양이와 수탉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고양이와 수탉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동물 선수들은 모두 어깨동무를 했어요.
     전보다 더 다정해진 모습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