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7호2007년 [동화-이희갑] 종다리도 우리 친구예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37회 작성일 08-02-19 15:44

본문

1. 삐리삐리 삐삐리 삐삐리
   종다리가 하늘 높이 울고 있어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위에서
   요란하게 울고 있어요.

2. 스스슥 스스슥
   보리밭에선 째짹참새와 까깍까치,
   그리고 꽤꽥오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다 익은 보리를 거둬들이고 있어요.

3. 삐리삐리 삐삐리 삐삐리
   째짹이와 까깍이는 하늘을 쳐다보며 투덜거려요.
   “우리는 일하는데 쟤는 노래만 부르고 있어.”
   “종다리가 얄미워.”

4. 삐리삐리 삐삐리 삐삐리
   종다리는 친구들이 흉보는 줄도 모르고
   더 크게 입 벌려 노래 부르고 있어요.

5. 꽤꽥이가 보리 이삭을 수레에 담았어요.
   째짹이와 까깍이도 꽤꽥이를 도왔어요.
   “정미소에 가서 보리를 빻자.”
   “이잉차, 이잉차.”
   꽤꽥이는 수레를 앞에서 끌었어요.
   째짹이와 까깍이는 수레를 뒤에서 밀었어요.

6. 꿍다강다강 꿍다강다강
   정미소 기계가 큰 소리를 내며 돌았어요.
   주르르르 주르르르
   기계 속으로 들어간 보리가 가루가 되어 나왔어요.
   꽤꽥이는 널찍한 그릇에 보릿가루를 받았어요.

7. 집으로 돌아오자 모두 파이가 먹고 싶다고 했어요.
   “보리 파이를 만들자. 아주 크게 만들자.”
   꽤꽥이는 물을 부어 보릿가루를 반죽했어요.
   “보리 파이를 만들자. 삭둑삭둑.”
   째짹이는 도마 위에서 야채를 잘랐어요.
   “보리 파이를 만들자. 다닥다닥.”
   까깍이도 도마 위에서 고기를 잘게 다졌어요.

8. 방안에는 아주 맛있는 냄새가 퍼졌어요.
   파이 굽는 맛있는 냄새는 창밖으로 퍼져 나갔어요.
   언덕으로 들판으로 맛있는 냄새는
   멀리 퍼져 나갔어요.

9. 둥그런 보리 파이가 다 만들어 졌어요.
   식탁이 다 덮일 만큼 커다란 파이예요.
   째짹이와 까깍이는 눈을 감고 파이 위에
   얼굴을 내밀며 말했어요.
   “음~ 맛있겠다. 파이야.”

10. “이제 셋으로 똑같이 나누어 먹자.”
     꽤꽥이가 파이 위에 세 등분으로 금을 그었어요.
     “아니야. 일을 많이 한 꽤꽥이가 더 많이 먹어해.”
     까깍이는 세 등분으로 된 금을 지웠어요.

11. “요렇게 나누면 되겠다. 파이 반은 꽤꽥이가
     먹고 나머지 반을 까깍이와 나누어 먹으면 되겠다.”
     째짹이는 파이 위에 다시 금을 그었어요.

12. 그 때였어요.
     “똑똑똑!”
     누가 문을 두드렸어요. 종다리였어요.
     “나도 파이 좀 먹으면 안 돼?”
     “어서 와, 종다리야. 파이를 같이 나누어 먹자.”
     꽤꽥이가 종다리를 반갑게 맞았어요.
     째짹이와 까깍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어요.

13. “얘들아. 종다리도 우리의 친구야.
     우리가 일할 때 종다리는 노래를 불러주었어.
     일이 힘들 때 노래를 들으면 힘이 나지.”
     꽤꽥이는 자기 몫이 된 파이 위에
     다시 금을 그었어요.
     “자, 이제 똑같이 네 등분으로 나누어졌어.”

14. 종다리가 미안하여 머리를 숙였어요.
     “우리는 모두 다정한 친구니까 잘 나누어 먹어야지.”
     꽤꽥이가 말하자 모두 밝은 얼굴이 되었어요.
     넷은 똑같이 나눈 네 조각 보리 파이를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