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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신민걸] 波上群仙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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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33회 작성일 08-02-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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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자리 삼아 유유히 서화西華의 반도회蟠桃會가는 선인들
넘실대는 파도는 파도대로 취흥이 올랐고
바람도 한껏 어울려 덩실덩실 자진모리로 춤을 추는데
앞장을 선 마고麻姑는 하선고何仙姑께 할 말이 많다
듬직한 털북숭이 검둥개 한 마리 옆에 끼고
예전에 선물로 건네 받은 연잎 부채 높이 쳐들고 낭창거리며 묻는다
영지􃖃芝가려 담은 바구니와 긴 호미 등에 맨 하선고는
서녘을 응시하며 잠자코 듣기만 하는데
그간 어찌 지냈나, 약초는 약초대로 평안하신가
그들도 진주조개로 영생永生을 얻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굳이 묻지 않아도 알만한 시시껄렁한 말을 새삼 물어보는데
딱히 호미 할 일이 없다고 하선고 미소짓는다
뒤를 이어 가느다란 회초리로 양떼를 몰며
황초평黃初平, 황초기黃初起형제 따른다
눈 여겨 몰아도 양이고 마음처럼 버려 두어도 양이니
하얀 바위도 양도 목자牧者도 다 제 울음으로 울면서 간다
지극한 수련修練은 이제 덧없기도 하여라
제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놓은 늙은 종이나귀 거꾸로 타고
장과로張果老역시 조는 듯 환히 깨어 흔들흔들 함께 가고
의젓한 숫사슴 모시고 가는 지리地理밝은 청오공靑烏公뒤로
백약百藥을 등짐에 매단 안기생安期生도 간다
이미 만병萬病이 없는 생인데 약이 다 무슨 소용이냐
곤륜산에서 황하까지 멀리 백두산에서 동해까지
두루두루 다녀보아도 보이는 건 아파하는 백성百姓들뿐인데
그들도 이제 병 없이 약 없이 우리처럼 살게 되는가
종리권 따라 단결丹訣을 배워 칼이랑 채찍 버려두고
달랑 유자선柚子扇옆구리에 낀 회회도인回回道人여동빈􃐳洞賓
석실 밖에서 한창 물이 오른 버들가지 꺾어들고 온 서생 광성
자廣成子
지극한 도道의 정밀精密함이란 아득하고 아득하며
그 끝은 어둡고 또한 말이 없다는데, 또한 시작은 어떠하냐
연회 분위기 돋울 일현금一絃琴하나 가슴에 품은 손등孫登이 따
라 간다
해가 뜨고 달이 지고 천하의 계절은 제 몸을 다 벗어났구나
굳이 시종을 부리고 온 건 누구냐, 시종도 주인이고 주인도 시
종이고
너나 마음은 닳고 닳아 오히려 유유자적悠悠自適즐겁구나
무리의 중심에는 커다란 외뿔 푸른 소를 탄 태상노군太上􂗥君이
계신다
흰 돌을 구워먹던 백석생白石生이 파초잎을 들고 호위를 하고
고운 선도仙桃하나 살그머니 받쳐든 동방삭東方朔이 곁에 따른다
노군􂗥君이 풀어놓는 구구절절 시원스런 경經두루마리를
풀로 된 누각樓閣에서 내려와 함곡관을 지키던 윤희尹喜가 받아 든다
악창惡瘡으로 당공방唐公昉을 이끈 이팔백􃤚八百
팔백을 살아도 삼천갑자를 살아도 죽는 것과 하나일지니
검은 숯이 흰 숯이 되고도 그들에게 들려줄 시 남아 있더냐
윤희가 받아든 종이는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백지白紙여라
피리를 차고 호리병을 꿰고 도롱이를 쓰고
뒤따르며 술 마시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린 적송자赤松子
신발 한 짝 달랑 신고 피리 불던 남채화􂕜采和
술을 마시나 술의 뜻을 마시나 술 만든 이의 뜻을 마시나
언제나처럼 기쁨의 술이 그들을 평안케 하리라
서왕모西王母와 시화를 겨룰 요량으로
여전히 점잖은 동왕공東王公은 눈감고 그들의 화두 찾고
이태백􃤚太白이 서화西華를 향해 두 손으로 받쳐든 술병 안에는
따끈한 해와 달이 담기고, 차디찬 별이 익고, 벗과 사랑이 들어있고
흙에서 순간 꽃이 피어나게 하며 피리로 벽도碧桃를 일찍 피우는
한상자韓湘子는 어고간자魚鼓簡子등에 메고
비파와 박판拍板들고 따르는 악공樂工고점리高漸離는
황금문자 수놓은 거북 등껍질에서 음音을 찾아 가리키는데
구름을 펼쳐 깔고 앉은 종리권鐘離權과 두목지杜牧之곁에
손때 절은 철괴 내려놓은 거지 몰골의 이철괴􃤚鐵拐는
제 들어가서 자던 호리병을 꺼내들고 씨익 웃는다
두둑한 배를 내놓은 종리권은 말총으로 된 술 달린 파초선 흔들며
시를 읊는 두목지에 맞춰 시종에게 피리를 불라 한다
두목지도 사슴을 앉혀 놓고 갈고 닦은 시 한 수 일러준다
서화는 아직 멀고도 바로 지척이니, 그들은 그들이 아니라 바
로 우리 파도 위에서나 구름 위에서나, 진양조나 휘모리나
널리 베풀고 어울리며 함께 가자 모두 다
* 단원 김홍도 作, 견본채색, 8첩 병풍, 각 150.3×51.5 cm, 국립중앙박
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