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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신민걸] 반사경 속으로 들어가는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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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95회 작성일 08-02-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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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바람 들기 좋은 날 아침
속초의료원 장례식장
누런 굴건 쓰고 최복 구겨진 상주
자전거도로에 박힌 반사경 아래 영랑호 지고 앉아
대나무 작지 내려놓고 담배 피운다
촘촘한 햇살 따라 흩어지는 매운 연기
양쪽 행전 고쳐 매다 보니
보도블록 틈새 냉이꽃 차곡차곡 피어올랐다
민들레도 군데군데 눌어붙고
한동안 힘들여 찾던 질경이 어린 순 이제야 올랐다
꽃잎 다 떨군 벚나무 또다시 어색해지고
말수 적은 은행나무도 씩씩해졌다
구겨진 무릎 뻗고 일어나
차분하게 일렁이는 호수 한참 바라보다
코를 팽 풀고는
불룩한 반사경 올려다보며
굴건 고쳐 쓰고 눈 비비고
작지 힘주어 잡고 식장으로 들어선다
어디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