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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신민걸] 寂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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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60회 작성일 08-02-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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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싫다면 중더러 떠나라는데
말없는 주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불목하니가 많이 수다스러워 그런가
감로수가 달지 않다거나 해우소가 가끔 어수선하다던가
높이 세운 팔각 탑이 자꾸 낡고 기울어져서
그예 떠나고 싶은가
처음, 마음이 하나로 세워져 터 잡아 가람 짓고
이름도 짓고 처마마다 마음 하나씩 풍경으로 매달았는데
절이 좋아 중도 오고 늙고 절도 오래 늙고 했는데
처음, 싱싱한 마음 하나 찾아 훌쩍 출가해서
머리 새파랗게 깎고 양지바른 마당도 쓸고
운판 두들기고 달아나는 바람에도 합장하고
수시로 피었다 지는 꽃들에게도 화두 물어봤는데
이제 절이 싫다고 절더러 가랄 수도 없으니
장삼 고이 개어 선반 위에 모셔놓고
쓰던 목탁 들고 헐렁한 바랑 메고
훌훌 다 버리듯 산문 나서는데
어디로 入寂하려나
끝도 처음, 절도 길이고 길도 빛인 절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