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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박대성] 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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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98회 작성일 08-02-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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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싱거운 일이라서 그 일을 왜 하는지 궁금하다.
싱거운 사람들이 오종종 모여 사는 좁장한 골목에서 해바라기
를 하는 노인 하나가 길을 막아선다. 그리고 인기척에 몸을 일으
키고 앉으며 괜한 길놀이를 하고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꼭 한 가지 일인 냥 그
일을 공들여 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마치 밭두렁에 들꽃
하나가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앉아 바람이 지나가려면 몸을 수
그리고 고개를 돌려주며 바람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 문문한 바람
보내기 같다.
표정도 몸사위도 들꽃 같이 좋게 늙은 사람이 해거름에도 그
내려덮는 먹먹한 그늘을 피하지 않고 술래가 된지도 꽤 된 듯한
사람이 조금 더 누가 오시나하고 그 놀이를 계속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