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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박대성] 참 큰 속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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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160회 작성일 08-02-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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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내리는 식목일, 미시령에 서보면 속초가 토지, 장길
산, 한티재 하늘, 태백산맥의 역작만큼이나 장엄한 역사의 광장
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가의 앞 뜨락을 온통 쪽빛 정원으로 출렁
이게 하여 大洋과 사람이 한 몸임을 일깨운다.
사월의 아침, 진눈깨비를 흩어 뿌리는 산맥은 푸른 韓國海로
달려 영랑호와 청초호에 안긴다. 섬이란 섬은 모두 지우고 누항
누옥도 돌볼 겨를 없이 호수와 시가지의 훈풍은 산맥의 혈류를
돌리기에 바쁘다. 동명항과 쌍천도 난류를 안동하여 산과 바다의
사계를 헹구어 보듬는다. 그러면 산맥은 다시 배와 선원들과 어
족들을 껴안는다.
바쁜 속초의 봄은 수수하게 온다. 그 봄은 서낭당 풍어제를 주
관하러 나서는 할아버지의 잿빛 두루마기 같다.
그러나 속초의 4월은 크다. 인정이 넘친다. 떠나려는 계절에게
말리고 절인 알곡을 인권해 보내느라 도무지 4월은 배웅으로 바쁘다.
마침내 울울한 산맥은 시가지가 양보해준 그 볕과 빛으로 먼저
몸을 추스르고는 청대산이 미시령이 울산바위가 비잠주복의 무
녀리들에게 젖 물리게 한다.
기다릴 줄 아는 속초사람들은 다 안다. 드디어 봄이 마을로 내
려서는 것은 산수유도 개나리 진달래 지고 그 분분한 천국의 소
문 같이 날리는 벚꽃도 지고 난 5월의 초입, 아이들의 봄 소풍 따
라나서는 할머니 손을 은근슬쩍 잡고는 중앙동 사이렌 언덕으로,
사십계단으로, 보광사 숲으로 찾아드는 것이다.
남바리 갔던 배들이 돌아오기 좋은 한국해의 마파람을 타고 갯
배머리에, 대포항에, 영금정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