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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최명선] 꽃 듣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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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2회 작성일 08-02-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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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바기 조카의 입에서 꽃이 터진다
색색의 꽃들이 봄처럼 터진다
간이 배지 않은 생수 같은 말의 꽃,
그 꽃길 따라
어린 날 놀던 꽃씨방 속으로 들어간다
동심원에 그려진 아장 걸음과
푸들거리는 말들의 앙증맞은 이파리들,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연둣빛 날들이여
시렸던 불혹 강은 그 빛 딛고 건넜다만
자주 꺼내보아 닳아진 기억의 힘줄,
이제 나 무엇 잡고 오십천을 건너가나
비방 같은 봄비는 이슥토록 내리고
켤 수 없는 울음에 목젖 아픈 밤,
어제 나간 잠은 아직 문 밖을 떠도는데
꿈나라 가신 어른의 어미는 또
무슨 꽃을 빚으시려는지
오물오물 말의 씨앗들을 방 가득 풀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