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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최명선] 말의 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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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4회 작성일 08-02-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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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에도 모서리가 있습니다 그 모서리에 까닭 없이
마음 베일 때 나는 소통의 강에 나가 포용의 배를 띄웁니다 쉬이
떠난 배는 사랑을 받아 싣고 되오기도 하지만 상심에 겨운 배는
말의 무게에 눌려 그 자리에 가라앉고 맙니다 그럴 때면 나는, 나
도 맞서 말의 모서리를 세우지 않게 해 달라는 간구를 얹어 다시
배를 띄웁니다 잿빛 늪에 갇혀 무자맥질하기보다는 힘겹게라
도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허허바다에 이르지 않겠는지요 스스로
가지 못하면 밀려서라도 가지 않겠는지요 가다보면 애먼 강 굽이
돌다 전신이 빛 된 말의 화석을 어느 배 닿는 곳 지층 속에서 만
나게 될 것 같아서요 제 몸 헐어 영혼의 집을 지은 부드러운 말의
어제를 처음인 듯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