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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최명선] 괄호를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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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85회 작성일 08-02-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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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단을 풀다보니
속에 있는 몇 장이 시커멓게 상했다
괄호 속에서 괄호 밖을 꿈꾸었을
젖은 가슴들
갇힌다는 것, 혹은 가둔다는 것
내 속에 누군가가 갇혀서
내가 누군가에게 갇혀서
말 못 한 채
저렇게 썩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저기 묶어 놓았던 관계에 괄호를 푼다
말뚝 밖으로 쓰러지는 안쓰러운 눈빛들,
상처는 싸매고 상심은 말려 초심 위에 누인다
환하게 피어나는 공존의 길
지워진 경계, 그 처녀지에서
내 의식의 흰 뼈가 오래도록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