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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장은선] 용하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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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08회 작성일 08-02-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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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로 들어가는 길 옆에
작은 담배가게 있었지
가끔 차들이 과속으로 달릴때마다
속죄양인양 흠뻑 먼지를 뒤집어썼지만
한잔의 술이 마음을 씻어주는 집이었지
구수한 입담과 걸쭉한 농주가 오고가는
시간이 그안에선 옥수수대처럼 정지해 있었어
아직도 흑백 티브이가 고된 세상사를 빨아들이는 듯한
저물녘의 산그림자가 물끄러미 내려앉으면
그 양철집도 작은 산이 되어버렸어
고된 노동의 흔적과 바람같은 숨결들이
오고가는 간이역인양 짐을 부려 놓던 곳
찬바람에 유리창이 덜컹거릴 때 마다
서로의 입김이 그만큼의 수은을 올려주던
한 발자욱이라도 길을 나선 이라면
산이 때로는 집이 되고 사람이 된다는걸
그리하여 길에서 지쳐 쓰러질 때
땀을 식힐 몇 됫박의 소금이
그 집에선 염전같이 새어나오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