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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장은선] 낮은데로 흐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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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97회 작성일 08-02-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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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적시는 비는
미솔파 솔레도 도시라
이렇게 유쾌한 물소리를 낸다
내다볼 수 없는 긴 여로를 힘겨워하지 않고
한없이 아래로만 흘러서 투명해지는
몸을 부딪혀 아름다운 화음을 낸다
물소리는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같고
물소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같지만
뭉게구름 새털구름 먹장구름이 되어
타는 그리움에 먼 산봉우리를 기웃거리던 비는
지상에서의 달콤한 잠을 꿈꾸던 비는
말라붙은 나무들에 순결한 피를 수혈하고
대지와의 단 한 번의 격렬한 입맞춤으로
기나긴 기다림을 완성한 비는
갈라터진 흙에 물길을 내어
그 물길이 우리의 메마른 삶을 적시어
더 풍요로운 물이 되기 위하여 주저없이 바다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