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7호2007년 [시-김향숙] 박목월 시인이 세상 떠나던 날의 기억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90회 작성일 08-02-19 17:46

본문

가을 결혼 앞둔 그해 초봄에 고향에 갔었지
바지 입을 줄을 몰라 뾰족구두에 투피스입고
일곱 살 때 떠난 함양산골 옛집에서
원 없이 놀았지
엿새 되던 마지막 날 시골우체국 창가에서
나에게 봉함엽서 한 장 써서 부치고
대구역에 올라와 강릉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박목월시인이 돌아가셨다는 역내방송을 들었지
북적거리는 대합실에서 눈물이 얼마나 흐르던지
나는 그 때 대구에서 하루를 더 묵고 돌아왔단다
빛바랜 풀꽃 끼어있는 오래 된 시집
국어숙제라며 중학교 일학년 늦둥이 막내가 읽는다.
어느 아스라한 밀밭길
지금도 흰 옷자락 펄럭이며 가고 있을 것만 같은
나그네시인이 그립다
내 저만할 때
공책 뒷장에 옮겨 적고 뜻 모른 채 외우던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