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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김종헌] 중환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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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0회 작성일 08-02-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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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 1
아흔의 어머니가 고관절 수술을 받는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동
물의 왕국을 본다.
약한 자의 몸뚱이가 강한 자의 밥이 되고 그 남은 찌꺼기조차
다른 이의 한 줌 생명이 되는 세상이 네모난 상자 속에 갇혀 나레
이션으로 풀리고 있다.
scene # 2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 너머에서 나온 하얀 까운을 입은 또
다른 신 하나가 나를 부른다. 페색증, 감염, 급작스런 심장발작,
등등
읽을 수도, 알아들기도 힘든 의학용어를 독일어로 씨부려대며
번쩍이는 메스 몇 개로 내게 사람의 도리를 협박 한다.
scene # 3
7시간의 지루함을 깨고 드디어 떨어지는 중환자실 면회 허락
수술 마친 환자에게 의식회복을 알아보기 위해 관례적으로 물
어보는‘내가 누구냐’는 백의천사의 물음에 틀니조차 맞지 않는
빈약한 잇몸을 드러내며‘큰아들’이라 씩씩하게 대답하는 저 징
그러운 집착
scene # 4
짧은 면회를 마치고 비닐로 만든 이름뿐인 면회복과 비닐장갑
을 벗어 쓰레기통에 넣으며 싱그러운 발걸음으로 중환자실을 나
서는 나는 그 세상의 대역죄인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