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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서귀옥]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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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51회 작성일 08-02-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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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틈새로 흰 뿌리를 물고나오는 저 파도가
꽃으로 바꿔 입기 위해 벗어던진 네 허물이었단 것이냐
새벽녘 어부 뒤를 밟는 푸른 지느러미가
지상의 꽃밭에 들기 위한 네 발품이었단 말이냐
태양이 넘치는 걸 보면
누가 또 한발 밀어넣은 게 분명한데
육자배기 뽑아내는 명창 달빛 밤새 걸어두고 가난도 축제로 즐
기는
사람의 마을 향한
네 變態
바다도 막지 못했구나
“아바이생선찜”간판등에 저녁 태양이 뜬다
황소바람조차 소문처럼 드나드니
꽃 보았다는 것 사실일리 없다만
생물생선 다듬는 주인장 품은
영락없는 꽃꽂이자세
찌그러질망정 쉽게 열지 않겠다는 겨울을 코팅한 법랑냄비에

생무가 무른다
한번은 겪어야 계절이 바뀌는 폭풍을 재연한 청양고추가
몇 번 갈아엎은 生들의 입맛을 돌려놓는다
죽어도 태양의 대역이 못 될 딱딱한 가스불에
감자의 언 싹이 튼다
생선 쪄내라 했더니 봄을 쪄낸 것이로구나
접시마다 꽃 천지
뿌리째 앓고도 산다는 것을 믿는 이 저녁의 生들과
同名異人들
늙은 바다를 퇴출시키고 온 전노인에게 참꽃을
집 나간 아내 기다리는 갑술아재에게 달맞이를
그 아비 무릎에 질질 꿈 흘리고 잠든 아이에게 水菊쪄내자고
바다를 물린
도루묵 명태 양미리꽃, 꽃떼들
죽어도 가야겠는 날
사람에게 가는 유일한 편도차표가 꽃인 줄 어찌 알았을까
흰 꼬리가 바다를 밟고 있나, 출렁
꽃잎마다 파도소리
그 꽃밭 한 가운데
합장한 손 슬그머니 풀어내는
고등어 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