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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서귀옥] 생활쓰레기 배출요령에 관한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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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33회 작성일 08-02-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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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시행에 따라 금요일 토요일과 국경일 전날에는
쓰레기를 내놓아서는 안된다
낮에 쓰레기를 내놓는 경우 무단투기에 해당한다
무엇 하나 버리는 일이 힘겨워지는,
버리고 거두는 것의 구분이 모호해
다 소모하지 못하고 분리한 내 청춘의 지도 같은 폐휴지나
깨져서도 구슬소리 내는 슬픔마저 주워오는 마흔이 되면서
분리수거가 거추장스러워진다
아버지는 당신 탓이라고 했다
누르지 않아도 아픈 곳 들키는 生들에게 휴일은
그림의 꽃이라고
부품 부리듯 쓸만한 평일 닦아 삐걱거리는 삶의 관절을 죄고도
가난을 막지 못한 것
제때 벗지 못해 몸이 삼켜버린 굳은살 같은
가난은, 용도 외 것으로 재활용조차 되지 않으니 그대로 두고
백주에 당신을 무단투기 한 아버지
제대로 숨어본 적 없이
평생 길 위에 노출되었던 한 生의 마지막 대안,
화장해라
썩지도 못할 상처만 수거하여 꽃으로 소각하는
땅의 뾰족한 부리에 던져넣어라
그 눈에 흙이 들어가도 꽃만은 절대 놓지 않는
이 땅에 지불하는,
마지막 삯이다
장롱 폭1.2미터이상 1쪽 14,000원
옷걸이 4,000원
의자 1인용 3,000원
아버지 52킬로그램 50,000원
무게나 크기로 보아 대형폐기물이니 암 그보다야 낫겠지,
물정 모르는 유언이었다
이 바닥에도 사기가 판친다는 걸 모르는 아버지
가습기 1대 분량이었다
잘 버려진 生앞에서
구분할 명분 찾는 일, 다 소용없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