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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권정남] 딸아이 구두를 신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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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3회 작성일 08-02-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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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구두를 신는다
처음 신은 듯 비틀거린다.
이십대 유리알 같은 나이에
가파른 빙벽을 오르듯
겁 없이 쏘다녔다
도시 속 마법의 세계로
만질 듯 만져지지 않던 세상
내 스무 살 끝은 까마득 허공에서
흔들리던 밧줄이었다
철탑 끝에서 혼절하는 메아리였다
풍경처럼 스쳐 버린 젊음이
시간의 나이테를 감아쥐고
아직 거울 앞에 서성이고 있는데
딸아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잠시 긴장했던 한나절
몸 안에 웅크리고 있던
얼음기둥 같던
무수한 나의 이십대가
따가닥 따가닥 하이힐 신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