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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김영섭]연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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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578회 작성일 05-03-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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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난 소꿉동무야
벼 그루터기 가려 밟으며
해넘이 노을빛 홀로 받는 하늘에
방패연 가오리연 제비연을
날리던 들녘으로 오렴

집터 장만 할 테니 새 집 지으러 오겠나
치어를 모는 까치가 울고
교교한 달빛 가슴 넓은 언덕
개다리 소반에 순대는 잘 익었오

소스라치는 민들레 情念같은
어머니 기도 소리에 눈물이 솟고
고드랫돌 넘어가는 사랑방에는 할아버지가 내려다 본다.
어릴 적 태 버린 친구야.
고샅에 첫 눈 내리는 밤으로 오렴.

발가숭이 귀 물 빼며 수제비 치던
반딧불 밝은 달 강
음복까지 제사라던 할머니의 취기로 오렴
대보름 즈음엔 누이도 온 다야
토장에 달래 향기 나던 누이도 온다야

길은 멀고 어두운 바람 부는데
십자가에 꽃숭어리 겹쳐 깊은 밤
싱싱한 피라미에 배추 쌈은 어떤가.
솔가지 몇 무덤 태우면 싸리나무 끝
왕소금에 뚝치가 익고
그을음에 콧물은 참 맛있게 먹을 수 있지.

백골로 나란히 선 무 배추가
봄을 기다리는 파뿌리 부러워함을 알까마는
땅 파먹다 남은 백발이 창바위 구비 돌아
취기에 젓은 진한 니코틴으로
화무은 십일홍이요, 달은 차면 기우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