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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지영희] 그녀를 위한 까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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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5회 작성일 08-02-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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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 창 밑에 놓인 연크림색 소파 너머로 창이 열린다 초록
빛 나무의 흔들림이 떨어뜨리는 존재감은 햇살에 경쾌하다 어둡
고 깊은 바람소리가 가끔 반대편 복도에서 운명처럼 웅얼거리고
그 사이에 내던져진 채 그녀는 시간에 얽히고 있다 한 순간은 평
화롭고 뒤로는 두렵다 어디선가 찢어진 꽃잎하나 창으로 날아들
어 온다 피곤하다 의욕이 있는 듯하다가 이내 내던져지고 눈을
붙이고 싶은데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벌렁거려 잠이 늘 부족
하다 경계다 눈을 감고 고요에 그녀를 천천히 녹인다 세포 위로
쏟아지는 초록빛 떨림, 가만히 아주 가만히 세워본다 나무처럼
어떤 소리를 낼지는 몰라도 그녀는 겨드랑 밑으로 바람이 지나
가게 팔을 든다 온몸에 귀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