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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지영희] 오랫동안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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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56회 작성일 08-0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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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외롭지 않았다
별들은 책갈피 속에 끼워져 있었고
코끝을 스치는 고요도 손끝에서 사라졌다.
시계 긴 침에 매달아 놓은 그림자를 따라다니느라
웅덩이에 고이는 햇살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비 온 다음날 교동초등학교 운동장 가운데
한 그릇 크기도 안 되는 웅덩이에서
물은 한 양동이나 되게 나왔다
눈으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얼마나 될까 햇살이라면
얼마나 될까 외로움이라는 웅덩이에 고일
사랑해야 할 것들의 그림자들은
외로워야 겠다
가끔씩 고요한 양지쪽에 웅덩이를 파놓고
햇살에 젖고 싶다
퍼내도 고이는 햇살에
온통 외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