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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이화국] 낙엽을 태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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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9회 작성일 08-02-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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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낙엽들의 몸을 태우고 있다
바람은 멋대로 다가와 멋대로 떠나면서
꽃을 피우다가 꽃의 허리를 꺾기도 했지
지금은 불꽃속에서 혀를 낼름이는 바람
바람이 생존을 증명하는 길이
그 길 밖에 없었을까
저지레하며 크는 아이 같아
나 가만 있지 못하여 바람처럼 해온 일들이
어느 날 마지막 심판대 위에서
내가 몰고다닌 바람의 방향이
로마를 불태우라던 네로의 엄지손가락 쪽이라면
로마로만 통하던 모든 길과 함께 불탈 텐데
바람에 타고 있는 낙엽들은 지금
불속에 던져진 제 몸보다
내가 더 뜨겁고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불 속으로 낙엽을 던지면서 불타는 내 몸
통회자복의 하루가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