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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이화국] 가위에 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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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31회 작성일 08-02-2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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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손짓을 했다 올라탔다 꽃밭에 내려앉았다 어머니 그곳
에 계셨다 어머니는 꽃의 암술이고 꽃잎은 어머니의 방석이었다
한참을 같이 잘 놀다 다시 날아올랐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먹구
름 몰려왔다 까마귀떼 울어댔다 까마귀 벌린 입이 모두 손잡이
검은 가위였다 가위가 풍선을 찔렀다 추락도 일단은 하늘을 날으
는 것이므로 기분 좋았다 랄 랄 랄 랄 랄 나의 낙하산은 꽃밭을 뭉갰다
물큰한 꽃냄새에 숨이 막혀왔다 두 팔은 허공을 휘저었다 휘젓
는 팔을 당겨주는 이 없었다 눈물에 잠겨 떠내려갔다 발버둥쳤다
발에 걸리는 것이 있어 보니 이불 한 자락 휘붐한 새벽 꿈 밖에 일
어나 휘 둘러본다 헌 옷이나 고쳐 입는 나의 삶 어제 바느질 하다
가 밀쳐둔 반짇고리에 걸쳐져 있는 손잡이 검은 가위가 입을 떡
벌리고 있다 밤낮 가위에 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