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2007년 [시-이구재] 고추장 단지 꽃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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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고추장을 담가먹었던
작은 항아리 하나
엎드린 채
텅 빈 장독대 지키고 있다
열 식구 밥상을 지키던
큰 장 단지들은
식솔 한 둘씩 떠날무렵
이웃에 보냈고
혼자 벌 서듯 몇 년째
눈비 다 맞으며
엎드려 있는 항아리를 일으켜
방으로 데려왔다
총기어린 소녀의 눈매처럼
지금도 반들거리는
고추장 단지에게
괜스리 미안해져서
고추장 빛 붉은 과꽃을
한아름 꽂아주고
이름 바꾸어 불러주었다
아직도 반들반들 날 보고 있는
넌 이제 꽃단지야.
작은 항아리 하나
엎드린 채
텅 빈 장독대 지키고 있다
열 식구 밥상을 지키던
큰 장 단지들은
식솔 한 둘씩 떠날무렵
이웃에 보냈고
혼자 벌 서듯 몇 년째
눈비 다 맞으며
엎드려 있는 항아리를 일으켜
방으로 데려왔다
총기어린 소녀의 눈매처럼
지금도 반들거리는
고추장 단지에게
괜스리 미안해져서
고추장 빛 붉은 과꽃을
한아름 꽂아주고
이름 바꾸어 불러주었다
아직도 반들반들 날 보고 있는
넌 이제 꽃단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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