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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이충희] 밥풀에 걸려 넘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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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67회 작성일 08-02-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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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통에 밥그릇 밀어넣고
전에 붙은 밥풀 못본 채 돌아서다
다시 꺼내 뜯어 입에 넣으며
쉰 보리밥 몇 번이고 행궈 폭폭 끓여 자시던
내 어머니 목에 걸려 한 톨 밥풀에 넘어진다
걱정스러워 만류하자면
꺼떡없다 어찌 밥을 버리시냐며 대경실색하시던
죄받는다며 손사레 치시던 어머니 그리운
아, 감자 다진 밀기울버무리 한 웅큼
몰래 삼키다 꿀꺽 소리에 소스라치던
피난시절 기억하시는가!
빨래줄 바지랑대 곁 베 보자기에 싸여 대롱대롱 매달려
풀여치 울음 밤이슬 촉촉히 젖어 주무시던
아이 삶은 보리쌀 어디 계시는가!
달빛 한 가닥 얹혀 주무시는 날은
모깃불 연기도 성가시지 않던 아련함이라니
밥의 이름으로 피톨에 스며들어 나를 뎁히는 공덕
여든 여덟의 손끝이 닿은 어머니의 경전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