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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이충희] 유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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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5회 작성일 08-02-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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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안 해주느냐고 병상의 남편에게 섭
섭함 조금 썩어 지나가는 말처럼 흘렸더니 사랑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며 이후 누구든 사랑한다고 접근해 오면 그건 다 사기꾼
일꺼라고 유언처럼 말하더라는 R시인의 글이 찰거머리처럼 달
라붙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더 기막힌 말씀은 사랑한다는 말은
설령 사기꾼의 말이여도 향기로울꺼라고 믿는 이 순진무구 대책
없는 시인이라니 그런가 사기꾼의 주술이라도 가슴 가득 꽃물이
든다? 봄바람이 되고 노래가 된다? 곰팡이 시퍼런 무말랭이 한
줌 삼켜버린 거 같은 찜찜함이라니 이 눈물겨운 순진이라니 추억
이라는 몹쓸 그리움이라니 죽일 놈의 사랑이라니 나는 슬쩍 흘릴
유언처럼을 궁리하다 덧난 콧물감기로 훌쩍거리다 감기엔 묘약
이 없으니 푹 쉬는 수 밖에 없다에 이르러 그래 정답! 사랑도 좀
쉬어야겠다는 어거지 답안을 작성 詩로 밀어 넣을까 말까를 유언
처럼 흘릴까 말까를 심각히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