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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이충희] 고독을 파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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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0회 작성일 08-02-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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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7번 국도변 남애 마을 어귀에
에베레스트로 떠난 산꾼을 기다리며
만년설을 머리에 인 여인이 고독을 팝니다
카페 가득 시퍼런 바다를 들여놓고
애써 바다를 외면하며 삽니다
막 갈아낸 커피거나 허브차에도
어김없이 고독을 감쪽같이 풀어 내놓습니다
파도자락을 깔고 앉아 홀짝거리는 찻잔에
이웃한 레퀴엠에서 건너온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홀연히 앉았다 가기도 합니다
이 무연의 짓거리에 잠시 마음을 줍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누가 누굴 위로하겠습니까
부질없는 일임을 이내 깨닫습니다
간절함도 회석 되어지는 쓸쓸한 저물녘
망연히 앉아 도리 없이 고독이 됩니다
어둠이 바다와 고독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고독이라는 이름의 카페에는 가끔
고독을 놓고 가는 사실조차 까무룩한
염치없는 시인이 다녀갑니다
바다 물빛 더없이 고운 날일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