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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김춘만] 등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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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87회 작성일 08-02-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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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밀었습니다
살이 빠진 딱딱한 등
마른 등걸로 구부정하게 휜
검버섯에 잔주름 잡힌 볼품없는 등
때도 밀리지 않는 빈 등입니다.
등을 맡긴 사람은 누굽니까?
1그램의 근력도 남지 않고 다 빠져나간
한 움큼의 온기도 스며있지 못한
사막의 반 평만큼 떼어놓고 저만큼 나가있는
그 사람을 불러보았습니다.
쭈그러진 엉덩이를 크게 몇 번 주름 잡아놓고
가늘게 갈라진 두 개의 다리가
문처럼 열리고 당신의 실체는 사라집니다.
형체도 없는 당신을 밀었습니다.
구름이 달을 미는 형상이나 달은 저 홀로 가고
달이 구름을 지고 가는 형상이나
구름 또한 혼자 가듯이
등을 미는 모습의 내가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