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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김춘만] 고로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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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68회 작성일 08-02-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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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너머에서 보낸
고로쇠 수액 한잔 마시니
안개 걷힌 방태산 고로쇠나무 한 그루
저벅저벅 다가와 말을 건다.
링거 줄을 타고 흘러내리는 알부민 효과처럼
눈이 떠지고 귀가 열린다.
수액을 채취하는 김씨는
한 그루 나무에서 얼마큼 뽑아야 할지
귀신같이 알고 지키는데
나무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사람의 말보다 한층 발달된 나무의 언어는
한 음절로도 전해진다.
지나치는 기관마다 약수로 흘러든다.
터지는 곳마다 1급수 샘골이다.
발이 시리다.
이런 곳에 발을 담그고 싶었다.
겨울이 풀려나가는 내린천 바닥에
열개 발가락 수 보다 더 세분화 되어 가는
나를 풀어놓았다.
산천어처럼 힘차게 휘돌아 치는
고로쇠 말을 함께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