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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김춘만] 함께 사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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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29회 작성일 08-02-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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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에 돌아와서 마당을 정리했다.
우거진 잡목을 베어내고 인터로킹블록을 깔았다.
감나무 두 그루 살렸다.
첫 아이 낳던 해 아이와 함께 자라라
그렇게 심은 것이 25년
베어 낼 수 없었다.
사철나무 한 그루 살렸다.
누님이 심었다 하기도 하고
형님이 심었다 하기도 하고
사, 오십 년 이곳을 지켰으니
저것도 함께 살자 했다.
포크레인 기사가 후박나무 앞에 섰다.
아닐세 그 놈은 갓 시집 온 아내가
초임 근무지에서 가져 온 걸세.
모두들
벌레 끼는 석류나무는 뽑아내자 했다.
장모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리라.
앵두나무와 같이 신혼 때 보내준 나무다.
아, 저것도 살아있구나
설악산 계곡에서
물 적신 신문지로 분양해온 단풍나무
화분에 심었다가 떠나면서 땅에 묻은 것이
어른 팔뚝만하다.
저것들이 둘러앉아 있으니
제법 살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