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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시-박명자] 죽은 나무를 위한 바이오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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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70회 작성일 08-02-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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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늦여름 태풍루사가 앙가슴을 관통한 이후
말더듬이의 몸짓으로 세상을 건너오던 관음송은
깊은 굴헝에 속살을 모두 뉘였다
600년 나이테를 지나온 햇살의 언어들도
붉은 혀를 내밀고 가위 눌려 버렸다
덩굴손은 드디어 시뻘건 나무의 간을 꺼내어
반석 위에 놓는다
반원의 그늘 깊은 곳에서 어둠이 구석구석 기어 나온다
나무 뒤란에서 독버섯들이 오색양산을 쓰고
줄줄이 올라온다
딱따구리란 놈이 나무 껍질 한 장 또 물고갔다
너구리란 놈이 방언을 계속 흘리고 갔다
곤충들의 알이 깨어나 다시 말을 배울 적에
나무는 자기가 걸어온 반원의 생을
그윽히 돌아본다
죽어 600년 살아 600년 나무는 한번 죽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의 에너지로 되살아나
바이오리듬을 계속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