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7호2007년 [시-박명자] 눈 내리는 산장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02회 작성일 08-02-20 10:31

본문

함박눈이 갈지자로 흩어 내리는 A산장에 홀로 머물며
소나무 숲 사이로 세상을 읽노라면
지상에서 버림받은 멧새들이 잔가지를 흔들어
눈꽃을 히끗히끗 날리고 있다
때로 잠시 머무르고 싶었던 시간의 갈피 속에서
바람 같은 더 멘 (The man)의 기침소리도 스쳐가지만
하염없이내리는눈은아득히지평을누르고쉼없이내리는눈은
그림자도 없이 춤의 리듬으로 나를 하얗게 가위눌리게 한다
으슥토록 어느 광녀의 옷자락처럼 휘날리는 눈발속에
근심만 쌓이고 산장의 핑크빛 램프마저 흔들리는데
어인 일로 이 밤 온 세상은 텅비어 가는 듯
또 가득한 빛살로 차오르는지…
함밤중까지 뒤척이며 어김없이 헤어지는 연습을 하롱하롱
되풀이하면서 천길 지하로 침몰하듯 나는 더욱 아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