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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07년 발 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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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91회 작성일 08-02-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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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상상력과 현대시의 키워드
—기호가 현실을 대신하는 시대

회장 박명자


  현재 우리나라 경향 각지에서는 계절따라 350여종 문예지가 거의 3500편의 시를 전국 문단에 쏟아 낸다고 한다.
  어느덧 코리아는 가히 시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홍수처럼 발표되는 시를 일별하여 보면 시는 즉 시인 각자의 체험의 꽃이며 그 환경의 산물임을 짚어 볼 수 있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 작가의 상상력의 텃밭에 피우는 이미지의 싹들이다.
  상상력이란 작가의 과거 경험으로 얻어진 심상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 정신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에서도 살펴보면 문학의 기원은 환상에서 왔다.
  그리스 신화나 영웅을 노래한 서사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용.괴물 등장은 합리적 사고로 보았을 때 모두가 애매한 환상인 것이다.
  바로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몰입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디지털 사이버기술은 환상을 재연해 주는 장이 아닌가.
  그리하여 사이버공간은 이 시대 청소년들과 일부 기성인들을 유혹하는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환상이 사실보다 더욱 사실적이며 흥미진진한 매혹의 장이 되면서 성장기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나아가 사회문제까지 번지고 있다.
  또한 상상력은 재생산을 통하여 외딴 세계를 열어주며 시인들은 현실을 도피하여 자기영감에 불을 당기고 스스로 광기를 카타르시즈 하기도 한다 .
  이제 시인들이여,
  환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건조한 빌딩숲에 한송이 꽃처럼 던지자.
  21세기 현대라는 다원화 구조 불협화음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가 개인주의 이기주의 팽배로 퍼스나는 구겨지고 도구화되고 메커니즘에 밀리면서 더욱 우리는 고독해졌다.
  A 시인의 시. <비밀번호>에서 쫓기는 인간 심리 갈증구조를 다시 살펴보자.

「갑자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더위가 죽도록 싫은데 여름은 왔고 나는 마른 입술을
    오므리며 비밀번호를 대지 못하였다
    —창구여직원의 입술이 너무 눈이 부셔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다시 묻는다
    —비밀 비밀 비밀 비밀
    비 비 비 비 비 밀 . . . . 」

  현대사회는 어느 사이 나를 대신하는 비밀번호가 있다.
  내가 엄연히 있는 대도 비밀번호를 말해야 나의 것이 실재하게 된다.
  나의 주민번호와 비밀번호가 새로 등장한 나의 인격이다.

  정보화 사회가 이루어지면서 업무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며 세계는 한집안처럼 가까워졌으나 시는 더욱 드라이해지고 기호화되고 시정신은 바람에 날리는 허수아비처럼 속이 비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배경 속에서 현대시의 테크닉은 종래 2분법 사고방식을 깨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사물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시인이나 독자나 과거 고정관념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각으로 끊임없이 자기 사고영역을 넓히면서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송곳니 팽팽하게 시를 입질하는 것이 현대시의 키워드가 아닌가.

                                                                                                   <갈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