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8호1998년 [시-김영미]바람 부는 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mloe
댓글 0건 조회 2,705회 작성일 05-03-26 10:22

본문

바람 부는 날
나무들 긴 머리채
출렁거린다.

낮게,
그래 낮게.
격렬하게,
그래 격렬하게.
풀잎들은
바람에 응답한다.

허리를 굽히는 한 결의 바람
무릎을 꿇는 한 결의 바람
얼굴을 찡그리는 한 결의 바람
휘파람을 부는 한 결의 바람
휘파람을 부는 한 결의 바람
재잘거리는 한 결의 바람
바람은 가장 연한 풀잎 위에 산다.

두꺼운 삶을 건드는 연하디 연한 풀잎
풀잎이 전하는 바람의 소식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