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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정명숙] 나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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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2회 작성일 09-02-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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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큰 키, 듬직한 체구의 인정 많은 박씨는 굵은 목 감고 있는 금
줄의 두께만큼 낙찰계 계주의 위치 단단했다.
박씨의 이웃에 홀어머니와 다섯 동생 살림을 돌보며 살던 젊은
이, 광산에서 삶을 캐다 자신의 숙제 대신해줄 보따리 하나 남겨
놓고 무너져 내린 갱도 속에 꿈을 묻었다.
스무 살 푸른 꿈 갱도에 묻던 날, 박씨가 경영하는 식당 안에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와 날갯짓을 했다는데 유독 박씨 주위를
맴돌던 나비 한 마리 젊은이의 넋임을 박씨는 한 번에 알아봤다고……
젊은이가 자신의 숙제를 박씨에게 부탁하고 떠났다는 나비 이
야기는 작은 시골 마을 아낙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고 듬직한 인
정을 믿었는지, 금줄의 두께를 믿었는지, 젊은이의 어머니는 아
들의 죽음을 보따리 채 박씨에게 맡겼다.
그 뒤 또 다른 이들의 삶을 담보로 잡았던 나비 이야기는, 한량
인 남편 뒷바라지에 점점 불어나는 빚더미 몽땅 떠맡은 박씨의
낙찰계가 하나, 둘, 깨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박씨는 나비가 되
어 훨훨 날아갔다.
박씨가 사라진 뒤부터 마을에서 나비를볼 수 없었다고 우겨대
는 시골아낙들의 가슴속에 나비의 꿈을 전설로 남겨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