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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최효선] 김치 담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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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4회 작성일 09-02-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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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구기

하찮은 일로 집사람이 토라졌다
만회를 위해 김치를 만들어 진상하리라
배추 밑둥을 자르고 더러운 속내를 열십자로 갈라서
애기 궁둥짝처럼 깨끗이 씻었다
그리곤 굵은 소금 뿌려
제 잘난 성깔머릴 숨죽이고
멸치젓, 다진 마늘, 고춧가루, 파,
냉장고 뒤져보니 부추가 있어 숭숭 썰어 벌겋게 버무렸다
풀이 죽어 실쭉해진 얼굴에
비빈 양념으로 화장을 해주고
빨간 플라스틱 통에 곱게 담아
마누라 못 보게 감춰 두었다
이튿날
담근 김치를 불쑥 내밀고
어깨를 쫙 폈는데 핀잔만 들었다
괜한 짓을 했나 싶어 화가 났다
배추 성깔은 잡았는데
내 성미는 여전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