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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신민걸] 다시 목련 꽃 만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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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55회 작성일 09-02-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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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목련 꽃 만난 이야기

2층 교실 창문까지 가리도록 자란 무성한 자목련이 있습니다,
방학이 코앞이라 분주했는데, 비가 계속 옵니다, 장마도 끝물인
데 참 많이도 옵니다, 시퍼런 목련 이파리마다비 듣는 소리 열어
둔 창문을 타넘어 들어옵니다, 아이들 돌아간 교실 책상 아래까
지 찰방찰방 차오릅니다, 무수한 빗방울 만큼 많은 잎들을 길러
낸 아낌없는 교육을 가늠하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운동장
벚나무 울 너머 콸콸콸콸 쌍천 물 내려가는 소리 듣습니다, 어제
부터 꾸준히 내린 비니 쌍천 물 참 보기 좋겠다, 잘하면 다리 아
래까지 차오르겠다, 몇 년 전 영동지방 태풍 얘기를 비롯해 어느
학교 교실까지 들어찬 물난리 힘들었다는 얘기로 분주합니다,
마른장마에 가물을 견딘 옥수수랑 토마토랑 자라는 실습장 안,
아이들 키 높이만한 해바라기가 지키는 국화 비닐하우스에 의자
를 놓고 앉아 빗소리 만큼 증폭된 걱정 소리로 떠듭니다, 할 말이
참 많아지는 세월이랍니다,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무시로 끌어대
다가 뜬금없이 목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봄눈 맞으며 활짝
피었다가 금세 진 그 꽃잎을 여태 잊었는데, 지금 보니 군데군데
철없는 꽃 피었더라고, 시퍼런 힘으로 피워 올린 자줏빛 꽃 아직
도 살았더라고, 잎보다 먼저 피고 지는 꽃으로만 알았는데 그게
다는 아니라고, 방학을 하면 당분간 보지 못할 것인데, 해를 보
고 자라는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방학은 짧고 알찰 것인데, 까무
룩 잊었다가도 새삼 고마운 사람이 있어서 살 만한 세상이라고
결론을 내는데, 비는 운동장에다 열심히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내고 넓히고 있습니다, 이젠 우산 바투 잡고 집까지 걸어가는 게
걱정입니다, 따라서 흘러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