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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신민걸] 초점을 이루기 직전 목격한 비 내리는 도솔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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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5회 작성일 09-02-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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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이루기 직전 목격한 비 내리는 도솔천에서

탁란하여 안타까운 뻐꾸기는 멀리 우는데
무성하여 찬란한 위선과 위악의 갈림길에서
낭창낭창 미끈한 네 이파리들을 더듬어 보다가
뻐꾸기 울음에 무더기로 쑥 쑥 솟아오른 하얀 개망초꽃
너도나도 떨어져 나와 땅바닥에 으깨진 붉고 검은 버찌
하얀 종이컵 안에서 한참을 외치다 꺼져버린 붉은 촛불
막다가 막지 못하다 줄지어 기대놓은 두툼한 지친 방패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길과 벽과 노래와 노란 신호등과
촛불을 들고 방패를 들고 나선 아들딸의 어머니시여
촛불이 방패요 방패가 촛불이 되는 것을 목격한 거대한 침묵
속에서
촛불과 방패가 뒤엉켜 하나로 함께 흐르는 도솔천에서
다시 불이 들어온 가로등 아래 때늦은 화장을 지우듯
번들거리는 네 싱싱한 이파리들을 더듬어 보다가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벗고 한 발짝 앞으로
도도히 흐르는 빗물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