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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신민걸] 나무, 벗으로 늙어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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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4회 작성일 09-02-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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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벗으로 늙어 가는 방법

무럭무럭 쉼 없이 번져 오르는 불꽃, 온 산은 은근한 불꽃으로늙어 가는데
나무를 심어놓고 매일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지켜보다가 다시나무가 되면
통통통 종달새 가던 길 놓고 날아와 시작하는 봉오리 부리로콕콕 쪼아주고
한바탕 꽃 흐드러진 자리 그새 잎 나고 이름 잊고 푸르게 숨어살다 보면
같은 시각 같은 거리 같은 시선으로 걸어가는 나무가 되어 나무로 있어서
열어젖힌 간판과 창문과 감기하여 몸살을 앓는 나무가 바로눈앞을 걸어서
은은하게 번져 오르는 불꽃으로 늙어 가는 방법을 알아차리는 나무가 될까
눈동자가 맑아서 더 이상 나무도 물고기도 아닌 그들의 벗으로만 늙어갈까
꽃보다 잎이 훨씬 더 예쁘다는 걸 스스로 알아차린 불혹하는나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