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8호2008년 [시-박대성] 생각 방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18회 작성일 09-02-05 16:20

본문

생각 방귀

아무래도 저 순박한 소가 지구를 들어올리려는 모양인데
시집살이 땀과 이슬을 홀로 받아내는 새색시, 한숨 같은 방귀처럼
매운 삼년에 그 삼년에 또 그 삼년을
때론 참아보고 때론 참아내던 그 방귀를 뀌는 것인데
그래서 그 한숨으로 이 지구를 번쩍 들어올리려는 모양인데
그 신세계로 따라가야 하나 어물쩍거려야 하나
어찌해야 좋을지 소에게 묻고 싶은데
소는, 방귀만 뀌는 소는
저녁이면 제 살로 로스구이도 주물럭도 생갈비도 물어뜯으며
돌아오는 생일은 꼬박꼬박 미역국에 생일상을 받기도 하는데
조금 들어올려진 지구가 흔들렸는지
소의 생각을 눈치 챈 사람들이
신세계로 가고프지 않은 사람들이
소의 등에서 내려달라는데
그만 내려달라는데
생각 중인 소는 풀을 뜯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또 하는지
뿡뿡뿡 방귀만 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