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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박대성] 용정차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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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61회 작성일 09-02-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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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차를 마시며

열 세 살 어린아이의 입술로 딴 잎을 열여섯 풋 가슴에 올려 말
린 차를 마신다는 황제님은
그 아이들이 열셋이 되기까지 열여섯이 되기까지 아무 것도모
르는 황제님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시나,
밭이라기보다는 쪼그리고 웅크린 그 소녀들의 황달 같은 등에
서 비수 같이 자라는 찻잎
그 차와 그 소녀들이 사는 듕국에는 씁쓸 쌉싸르한 차가 아직
끓는다는데
그 맛이, 그 맛이 눈물 같기도 하고 초경 같기도 하고
그 소녀들이 처녀인 채로 그대로 쓸쓸하나마 황제의 후궁놀이
를 하기도하며
그렇게 늙지도 못하고
그 밭에서 그렇게 뜨거이 끓는다는데
그냥 그 찻잎같이 거기 엎드려
붉은 황토같이 거기서 그렇게
비수처럼 돋는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