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8호2008년 [시-박대성] 좋은 앞은 모서리가 없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26회 작성일 09-02-05 16:23

본문

좋은 앞은 모서리가 없다

날금날금 바랜 내복의 앞뒤를 돌려 입은 어머니가
‘내 등이 목을 조인다’시며 한참을 거북해 하신다.
요즘 들어 자주 그러신다. 어머니의 등은 왜 이즈음 앞으로 나오려는 걸까
나는 어머니의 둥글어진 등을 보며
앞은 어쩌면 본디 돌출된 것이 아니라 저리휜 등 같은 것이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다 언제부터 우리는 몸을 앞뒤로 갈라놓고는
뼈를 감춘 굴에 창을 내고 돌출된 모서리들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다가
진정 우리 어머니쯤 되면 이젠 더 이상 무찌를 것도 없으니
밋밋한 등이 앞으로 와도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