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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08년 [시-박대성] 속초 여자 둘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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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39회 작성일 09-02-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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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여자 둘쯤은

그 속초 여자 둘쯤은 내가 해치울 수 있지
중앙시장 골목이나 아남 지하상가에서
어항 속 금붕어의 지느러미 같은 손을 놀리는 여자 둘쯤은
그 여자 둘쯤은 내가 해치울 수 있지
대포항이나 먹거리 촌에서 젖은 도마를 닦는 물행주 같은 여자
둘쯤은
그 둘을 업을 수도 있고
무등 태울 수도 있지
속초 여자 둘쯤은 내가 해치울 수 있지
청호동, 장사항에서 물오징어를 철조망에 흰 빤스 같이 내다
너는 여자 둘쯤은
로또에 맞게 해 줄 수도 있고
그 집 애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킬 수도 있지
그 여자 둘쯤은 내가 해치울 수 있지
동명항, 물치항 방파제를 휘감는 흰 파도를 덥석덥석 안아 내
리는 그 여자 둘쯤은
전국노래자랑에 일등을 만들어 줄 수 있고
동창회 경품도 제일 큰 걸로 들고 가게 해 줄 수도 있지
설악산 기슭에서 숲 가꾸고 사방공사하다 돌아온 손으로 시어
미 밥상을 차리는 여자 둘쯤은
내가 해치울 수 있지
그녀들의 콧노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처럼 앙코르를
받게 해줄 수 있고
그녀들이 주인공인‘속초 여자 둘쯤’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
려상을 받게 해줄 수도 있지
사십계단, 사이렌 언덕에서 무드 등燈같은 달을 끌어당겨 놓고
보채는 남정의 희무戱撫를 묵묵히 받아주는 여자 둘쯤은
감기쯤은 몸살쯤은 궁둥이에 먼지쯤으로 툭툭 터는 여자 둘쯤은
내가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지
그들에게 노벨상을 줄 수도 있고
그들의 붕긋한 가슴에 청조근정훈장을 매달아줄 수도 있지